28살의 9월

10분 2015. 8. 29. 21:17

 반년은 이미 훌쩍, 벌써 후반부에 접어드는 28살의 하루들이다. 어디 연락하면 가감없이 그냥 잘지낸다 고 밖에 할 수 없는 일상을 보내고 있다. 여기는 봄이라고 할 것도 없이 갑작스레 더워지고 있고, 일주일사이에 꽃들은 만개할 준비가 다 되었다. 공장 일은 익숙해져가고 이젠 후덥할 시간들만 남았다. 일을 무리하고 있는 건지 손가락 접을 때 통증을 느낀다. 대게 아침에 일어나면 겁이나리만치 손이 망가지는걸 느끼는데, 알게뭐야 그냥 일을 하는거다. 걱정스런 아침을 뒤로 언제그랬냐고 7.8도의 트림룸에서 낑낑거리며 일을 시작한다. 경제성장기시절 소설처럼 허리야 하고 끙끙대던 아버지가 일만하면 그렇게 날쌔게 일하듯, 나도 일이 끝나고 나면 오늘도 아플새 없이 지나갔구나 하고 밤을 맞이하는 것 이다. 그리고 잠들고 또 일어나서 손을 쥐었다 폈다가 걱정스럽게, 그래도 10분만에 준비하고 눈 부비며 출근해서 일하고.. 그래서 결국 주말엔 뭐라고 하질않으면 큰일 날 것처럼 타운으로 나가게 되는 것 이다. 그런그런 하루들이다. 잘지내고 있다고 밖에 할 수 없는 하루들이다. 지루하다고 차마 말할수 없는, 싶지는 않은 하루들이다. 


 지지고 볶고 머물고 묶인채로 9.10.11.12. 1월은 마무리한다손 쳐도 다섯달이 남았다. 요 두어달 일을 배우느라 처음하는 몸으로 부딪히는 일들, 생 고기의 비린내, 영어문제, 그리고 한국인들끼리의 얽히고 섥히고 가볍고 가려운듯 따가운듯한 관계들도 익숙해졌다. 연애초반의 그 예민함이 가시고 무뎌져서 무책임하게 뱉는말들 있는그대로 내 그대로가 보여질때. 여기의 생활도 다를바 없다. 나는 일상이 더이상 새롭지 않게, 무의식적으로 해나갈만큼 습속이 되길 기다렸다.  그렇지 않고는 계속 낯선사람처럼 지낼 것 같았고 실제로도 그런마음때문인지 주변과 어우러지는게 고생스러웠다. 주변에서도 걱정했던 것 같다. 오장육부 편안한 사람이 되고싶다. 그런마음이 커지고 어쩌면 이 방황의 숙제인지도 모르는 '나에게 솔직해지기' 가 갈피를 잡아나갈지도 모른다. 내가 이래야 사는구나 하는 경험들을 고생되이 쌓질않으면 도저히 모르는 어리석은 닝겐이다. 정말. 그래도 배우고 있고 늘고 있다고 생각하면 조금은 안심. 머물고있지는 않구나. 내년일은 당장 보이질 않고 계획은 시간낭비인 지금. 뭐라도 특별한게 있을까 게걸스럽게 두리번거리는나만 잘지낸다는 인사를 겨우 남기고 있다.



WRITTEN BY
진진덕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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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풀타임 일한 주.

10분 2015. 8. 21. 22:29

좋은 글 쓰기를 하고 싶어서 강의를 이리저리 찾아본 것이 있었는데 좋은 반성을 느낄 수 있었다. 그간 여기다 글을 싸지르면서도 꾸준한 찝찝함이 있었는데 그게 뭔지 이제는 좀 선명해진다. 덮어두고 숨기는 글쓰기도 꽤 많았다. 의미없는 일련의 사건만 쓰기도 하고.. 그런건 맞다 아무 의미도 없다. 

여하튼 오늘은 정말로 피곤했다. 일하면서 아프다는 느낌이 들었는데 그래도 멈출 수는 없었다. 존의 마지막 날이었고 점심때는 좀 특별한 계획이 있었기때문에 정말로 그 이유로 힘을 냈던 것 같다. 그리고 오후엔 그 이유로 우울했다.

짧은 관계들은 결국은 생채기를 남겨서 허무하게 비관하게 만든다. 그렇다고 시작하지 말았어야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내가 받아들인만큼 닫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 시간들에 일이 바빠진다니 조금 다행이다 싶다. 2년전 부터 이렇게 막무가내로 애매한 연애를 만드는 짓을 시작했는데 보상심리가 있었던 것 같다.  내가 받은 상처받은마음으로 남에게도 느끼게 하고 싶었다. 갑/을에서 나도 갑이 되어보자 하는 삐딱한 근본이 있었는데 아 역시 안되는건 안되는거지. 내가 타고난 성향을 받아들여야 내 마음이 어떤걸 정말로 바랬는지 더 귀기울여야 나아지는거 였는데 아직도 헤매고 있다. 

크게 느낀건... 너는 너라는 거 였다. 내가 바꾸려고도 개입하려고 하면 할수록 모든게 엉망이 되었다. 너무도 당연한거지만.

내가 보기에 조금 더 나아질 수 있어서 도와주고 싶다는 마음 반 / 그 마음만큼 나쁜말로 설명할 수 있는 마음으로 절반. 그 절반이 상대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지 못한거였겠지. 인정하면 그 답답함을 도와주고 싶은 마음도 포기하고. 그럼 관계가 진행이 좀 안된다. 그렇다고 도움받는 관계는 무기력했고...

스스로를 인격적으로 의심하고 싶지는 않다. 단지 까탈스러운 사람이구나 조금 더 남에게 가볍게 말랑말랑하게 남아있을 수 없을까.

어차피 지금은 망했고. 다음번엔... 다음번엔... 항상 이런식이지.

만화를 그리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정말로 솔직하게 내가 만났던 남자들과 망했던 경험들. 객관적으로 그린다는건 불가능하지만 달관한 자세가 된다면 거리두고 그려보고 싶단 생각이 들었다. 어차피 망하건 구리건 경험은 경험이지 나에게 소중한거라는걸 받아들이고 있다. 이제는 잊고싶지가 않은데 기억나지않는 시간들이 너무 많아져 애달프다. 

쓰는데 갑자기 존이 와서 깜놀. 주변은 그대로고 내가 이렇게 대해진다고 느끼는게 내가 그네들을 보는 마음임.. 오늘도 암호같은 글을 쓰고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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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진덕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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